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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5.15.

2018-05-15



불과 작년까지만 해도 신입생 세미나만 들어도 얼이 빠지던 나는, 눈 깜짝할 새에 프로젝트를 이끄는 동아리의 중견이 되어있었다. 스스로도 미생인 주제에 다른 사람들, 하나의 프로젝트를 이끌어갈 자격이 있는지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내가 자리에 걸맞는 실력을 갖추었는지와는 무관하게 내게는 그 자리에 앉아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었고, 그래서 앉을 수 밖에 없었다.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시간은 흐르고, 이에 따라 필연적으로 세대 교체는 일어난다. 가장 처음에는 내 앞에 서 있는 누군가의 등을 보고 듬직하다고 느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나는 누군가의 앞에 서서 그들에게 등을 보이는 존재가 되었다. 그리고 또 잠시가 지나면 나는 그들이 보지 못하는 곳으로 사라져야 하겠지.

곧 후배들의 눈에 비치지 않는 장소로 사라져야 한다는 사실이 그리 슬프지는 않다. 분명 그 짧은 순간은 제법 쓸쓸할 것이다. 하지만 다른 장소로 사라진다는 말은 먼저 그 장소에 도달한 또 다른 새로운 사람들의 등을 바라보게 될 것이라는 이야기이다. 나는 후배들을 두고 왔다는 쓸쓸함을 제대로 음미하기도 전에 그들의 뒤를 쫓아가기 바빠질 것이다.

다만 걸리는 점은, 내가 멋있다고 느꼈던 선배들처럼 나는 충분히 괜찮은 선배였을까 하는 것이다. 후배들의 눈에는 내 등이 괜찮게 보였을까. 내가 본 선배들의 등처럼 넓고, 든든하고, 닮아가고 싶은 느낌이 들었을까. 나는 내 책임을 충분히 다 하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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