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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3.24.

2018-03-24

이전학기부터 생각해왔는데, PM은 너무 어려운 것 같다.

지난학기 자보 프로젝트가 사실상 실패하다시피 끝나고 이번학기는 PM을 절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생각했었다. 한 학기 동안 PM을 하면서 나는 내가 팀을 이끌어가기에는 전체를 보는 능력, 팀원들을 이끄는 능력,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 개발 능력, 이 모든 것이 부족하다고 느꼈다. 나는 단지 개인적인 욕심만 앞서는 리더였고, 그 욕심이 향하는 이상에 눈이 가려서 팀원들과 서비스가 나아가야할 방향을 바라보지 못했다. 나는 PM보다는 프로젝트의 팀원으로서 PM을 지지하는 위치가 훨씬 더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역시 인간은 같은 실수를 저지르는 멍청한 동물이다. 이번학기에 나는 반은 내 의지였지만 나머지 반은 상황상 어쩔 수 없이 뉴아라의 PM을 맡았다. 맡으면서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프로젝트에 빅똥을 싸고 있다. 뿌직뿌직.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지난학기와 이번학기의 프로젝트의 행보를 비교해서 봤을 때 객관적으로 프로젝트를 잘 이끌어가지 못하고 있다. 여기서 말하는 ‘객관적으로’의 기준은 개발속도다. 지난학기가 끝날 때즈음 뉴아라 프로젝트는 90%가 끝나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PM을 맡아서라도 이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고 싶었는데, 지금 내가 바라보는 프로젝트의 진행 현황은 잘 쳐줘봤자 80%다. 그렇다. 오히려 지난학기보다 퇴보했다. 지난학기는 내가 PM이 아니고 일개 개발자여서 프로젝트의 진행 상황을 낙관적으로 바라봤던 것일수도 있지만, 지난학기보다 개발 속도가 현저히 떨어진 것은 팩트다.

그래서 이전학기 뉴아라 프로젝트의 PM이었던 형한테 뉴아라를 완성할 수 있겠냐고 상담했더니, 형이 아주 중요한 말을 해주셨다. “완성하는 것보다는 완성하기 위해서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겠죠”라고. 이전까지의 아라 개편이 실패했던 이유는 이전 PM들이 프로젝트를 완벽하게 이끌어가려고 했기 때문이란다. 그리고 프로젝트를 마무리하기 위해서 어디까지 포기할 수 있겠냐고 나에게 되물었다.

정말 중요한 물음이었다. 나는 한 단체에 소속하게 되면 그 단체에 애정을 아주 듬뿍 주는 사람이다. 나는 스팍스가 좋다. 그래서 스팍스가 후배들에게 많은 것을 줄 수 있는 단체가 되었으면 한다. 이를 위해 아직 부족하지만 선배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후배들을 서포트하고 있고, 후배들에게 최대한 많은 기회를 주려고 한다. 하지만 형이 나한테 한 말은 후배들에게 줄 기회를 어디까지 뺏을거냐는 질문이었다. 바꿔 말하면 프로젝트의 완성과 후배들의 경험, 두 가지 요소를 비교했을 때 무엇이 얼만큼 더 중요하냐는 말이다.

아직까지도 답을 내리질 못하겠다. 근데 남은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벌써 학기의 1/4가 지났고, 중간고사와 기말고사 시즌을 고려하면 이번학기 남은 개발시간은 채 30시간이 되지 않는다. 아 그냥 던지고 싶다. PM하지 말걸. 그래도 나이를 먹은 만큼은 책임을 져야겠지. 4학년이나 돼서 PM을 안하면 무책임 그 자체다.

아무튼, 일단 팀원들의 생각을 들어보기로 했다. 어떻게 보면 나에게 있는 선택의 책임을 팀원들에게 떠넘기는 꼴이지만, 지난 학기처럼 내 맘대로 프로젝트를 휘두르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방향이라고 생각했다. 애초에 나는 미숙하니까 혼자 끙끙대지 말고 다른 친구들의 도움을 받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좀 편해진다.

아마 이번학기에 프로젝트를 다 완성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적어도 완성할 수 있는 기회는 후배들에게 남겨두고 가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언제나 프로젝트가 나아가야 할 최선의 방향이이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말은 나는 이번학기 내내 뉴아라로 고통받을 것이라는 뜻이지만,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 어차피 이런 고통받는거 하루 이틀도 아니니…